
사진 Bobby Thapa · Unsplash
핵심 요약
- 치매가 있으면 자신의 변화나 병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고집이나 거짓말이 아니라, 병의 한 모습일 수 있어요.
- "엄마는 치매예요"라고 반복해서 납득시키려고 하기보다, 먼저 불안이나 감정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 병명을 인정시키는 것보다 지금 필요한 돌봄(약·진료·안전)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해요.
- 받아들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달라요. 혼자 감당하거나 가족끼리 다투기보다, 치매안심센터·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세요.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고 1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지금도 당신이 센터에 다니는 걸 치매 때문이라고 연결 짓지 않으세요. 병원에서 인지검사를 받은 것, 진단이 나온 것, 공단 등급심사에서 4등급을 받고 주간보호를 다니게 된 것. 이 모든 과정을 '치매 확진'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으시는 것 같았어요.
처음 인지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셨을 때도 "자식들이 억지로 데려왔다"며 못마땅해하셨고, 등급을 받았을 때는 그걸 거동이 불편해서 받은 걸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내가 치매라서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으시는 듯했어요. 오늘은 이렇게 부모님이 당신의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실 때 가족이 겪는 일과, 공개된 공공 정보를 함께 정리해 볼게요. (저희도 여전히 더듬더듬 배워가는 중이에요.)
왜 받아들이지 못하실까
처음엔 '왜 저렇게 고집을 부리실까' 싶어 답답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단순한 고집이 아닐 수 있더라고요.
치매는 기억만이 아니라 판단력처럼 여러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치매가 있으면 자신에게 생긴 변화나 병 자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병식 저하'라고 부르기도 해요. 본인은 정말로 '나는 괜찮다'고 느끼시는 거예요. 저희 엄마가 등급을 '거동이 불편해서 받은 것'으로 여기신 것처럼, 자신의 상태를 다른 이유로 해석하시기도 하고요.
여기에 '치매'라는 말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존심 같은 마음의 부담이 함께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다만 치매에서 나타나는 병식 저하는, 단순히 병을 인정하기 싫어서 생기는 '부정'과는 다를 수 있어요. 어느 쪽인지 가족이 딱 잘라 판단하긴 어렵고,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기도 한다고 해요.
그러니 "왜 자꾸 아니라고 하실까"가 아니라, '지금 본인은 정말 괜찮다고 느끼시는구나'로 보면 조금 이해가 쉬워져
요. 인정하지 않으시는 걸 두고 "모른 척한다"거나 "거짓말한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게 시작이었어요.
억지로 "엄마는 치매예요"는 안 통했어요
엄마가 워낙 완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시길래, 처음엔 저희도 "사실대로 또박또박 알려드려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해도 되는지 알아봤는데, 치매 어르신과 대화할 때는 사실관계를 놓고 논쟁하거나 장황하게 설득하기보다, 감정과 상황을 먼저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공기관 자료에서도 치매 어르신과 대화할 때 사실관계를 놓고 논쟁하거나 장황하게 설득하기보다, 감정과 상황을 먼저 살피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요. 상황에 따라서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환경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저희는 "엄마 4등급인데 그거 치매 때문이야"라고 못 박지 않아요. 대신 엄마가 받아들이기 편한 표현으로 센터에 다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병명을 두고 다투는 대신 엄마가 불안하지 않게 하는 쪽을 택한 거예요. 이게 모든 가족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고, 저희 가족이 지금 선택하고 있는 방식일 뿐이에요. (대화에서 사실을 바로잡기보다 감정을 먼저 살피는 이야기는 대화하는 법에 담았어요.)
다만 이게 모든 가정에 맞는 정답은 아니에요. 병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니, 어떻게 말씀드릴지 고민된다면 치매안심센터나 의료진과 상의해 보시는 걸 권해요.
그래도 꼭 필요한 건 챙겨야 해요

병명을 인정하지 않으셔도, 치료와 안전은 이어가야 해요.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챙길 건 챙기는 거요.
- 약과 진료는 처방받은 방법대로 복용하고,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복용을 거부하거나 약을 자주 빼먹는다면 처방한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상담하세요. (약 챙기는 방법은 복약 이야기에 담았어요.)
- 병원 방문을 꺼리실 때는 '치매 검사'라는 말 자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평소 불편한 증상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부터 이야기해보는 방법도 있어요. 그래도 진료가 어렵다면 가족이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치매안심센터나 의료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방법을 상의해 보세요.
- 운전이나 재산·금융처럼 안전·생활과 직결되는 일은 상황에 따라 미리 살펴둘 필요가 있어요. 이런 부분은 가족끼리, 또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해 정하는 게 좋아요.
핵심은 '엄마가 인정하게 만들기'가 아니라, 인정하지 않으셔도 필요한 돌봄을 하나씩 연결하는 거였어요.
1년이 지나며
처음엔 엄마가 사실을 회피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가끔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내가 요즘 좀 이상한 거 같아." 1년 전과 달리 스스로도 조금씩 변화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다만 이것이 인지 저하의 진행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제가 알 수 없어요.
저희 엄마의 경우에는 억지로 "엄마는 치매예요" 하고 인지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변화를 느끼는 모습이 보였어요. 받아들임이란 게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천천히 당신의 속도로 오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가족은 그냥 기다리기만 하기보다, 지금 필요한 돌봄은 이어가면서 억지로 받아들이게 하지는 말자고 서로 이야기해요.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도 힘들어요
부모님이 당신의 병을 부정하시는 걸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많이 지치는 일이에요. '왜 몰라주실까' 답답하고, 억지로라도 알려드려야 하나 싶어 흔들리기도 하고요. 가족끼리도 "사실대로 말하자" vs "그냥 두자"로 생각이 갈릴 수 있어요.
그럴 때 저는 '병명을 인정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고 저 자신에게 되뇌어요. 엄마가 편안하고, 필요한 돌봄이 이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혼자 끙끙대거나 가족끼리 다투기보다, 치매안심센터나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서 가족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자주 묻는 질문
Q. 사실대로 "치매예요"라고 계속 알려드려야 하나요? 반복해서 납득시키려고 하기보다, 먼저 불안이나 감정을 살펴보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어요. 병명을 납득시키기보다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쪽이 나아요. 다만 진단과 치료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병을 인정 안 하셔서 약·병원을 거부하세요. 치매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거부가 계속된다면 가족이 혼자 설득하기보다 의료진이나 치매안심센터에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아보세요. 병원 방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신다면, 평소 불편한 증상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부터 이야기해 보는 방법도 있어요.
Q. 가족끼리 의견이 안 맞아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정답이 하나인 문제가 아니라서요. 각자 감정을 털어놓되, '무엇이 어르신께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가'를 기준으로 맞춰가면 좋아요.
저는 요즘 엄마에게 "치매"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요. 대신 약 잘 챙기고, 센터 잘 다니시고, 하루가 편안하시도록 돕는 데 마음을 써요. 엄마가 병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날을 기다리기보다, 오늘 엄마가 편안하신지를 먼저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 글은 저희 가족의 돌봄 경험과 공개된 공공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조언이 아니에요. 치료·약·안전 문제는 치매안심센터·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참고한 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 증상(판단력 저하 등), 가족 대응(논리적 설득 지양)
- 중앙치매센터 /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 치매 가족 상담·교육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칼럼: 치매환자의 돌봄과 가족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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