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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가족 돌봄

치매 어르신과 집에서 함께하는 활동, 억지로 사준 퍼즐은 새것 그대로였어요

by 해마지기 2026. 10. 6.

해 질 녘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노년의 어머니와 딸

사진 Dario Valenzuela · Unsplash

 

핵심 요약

  • 활동의 목적은 '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함께 있는 시간이에요. 안 하던 걸 갑자기 강요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어요.
  • 처음엔 흥미 없어 하셔도, 익숙해질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기도 해요. 저희 엄마가 그랬어요.
  • 결과물을 칭찬해드리면 자신감이 붙고, 좋아하시던 것(저희 엄마는 노래)에서 출발하면 훨씬 잘 통해요.
  • 활동은 병을 낫게 하는 '치료'가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에요. 치료·약은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엄마가 치매 검사를 받고 진단이 나오던 날, 저는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색칠공부 책과 색연필, 퍼즐이 든 책을 여러 권 샀어요. 뭘 사야 할지도 모르면서, '엄마한테 도움이 되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 급하게요. 그때는 아직 인지 심사가 끝나지 않아 센터 등록도 못 하고 기다리던 때라, 아무것도 모른 채 '이런 걸 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택배가 오자마자 엄마에게 "이거 하세요" 하고 안겼어요. 지금 생각하면 강요였죠. 평소 하시던 놀이도 아니었고, "애들이나 하는 걸 왜 하냐"며 내키지 않아 하셨어요. 병원 다녀온 직후라 "이런 게 좋다더라" 하니 억지로 한두 페이지 넘기시다 이내 밀어두셨고요. 그 책들, 아직도 거의 새것 그대로 남아 있어요. 머리 쓰는 퍼즐이나 색칠공부가 전부인 줄 알았고, 엄마가 흥미로워하시는 것에서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땐 그걸 몰랐어요. 지금은 알지만, 진단을 막 받고 경황이 없던 때라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 겪는 가족이라면 누구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는 색칠·퍼즐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 활동의 핵심이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공공기관 자료에서도 남아 있는 능력을 활용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해요. 그래서 '평가'가 아니라 '즐거움'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경쟁하듯 밀어붙이지 않는 게 좋대요.

저는 정반대로 했던 거죠. 좋다는 활동을 급하게 떠안기고, 엄마가 어려워하거나 시큰둥해하시면 속으로 조급해했으니까요. 지금은 알아요. 엄마가 평소 좋아하시던 것, 편안해하시는 것에서 출발했어야 한다는 걸요.

센터에 다니시며 달라졌어요

1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엄마가 주간보호센터에 꾸준히 다니시면서 비슷한 처지의 어르신들과 색칠공부나 만들기를 자주 하셨는데,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셨더라고요. 처음엔 그렇게 거부하시던 바로 그 색칠을요.

이제는 센터에서 하신 결과물을 집에 가져와 자랑하세요. 그러면 저희는 "색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고르셨어" 하고 칭찬해 드리고, 엄마는 더 신이 나세요. 그 맛에 요즘은 센터가 아닌 집에서도 정성 들여 색칠을 하시고요. 돌아보면 달라진 건 활동 자체가 아니라, 익숙해질 시간과 칭찬받는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해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는 건 노래예요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눈을 감은 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백발 할머니의 흑백 사진

사진 Jamar Crable · Unsplash

 

무엇보다 엄마가 유독 좋아하시는 건 노래예요. 워낙 흥이 많으신 분이라 예전부터 노래를 좋아하셨거든요. 센터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노래자랑 시간이 있는데, 앞에 나가 한 곡 부르고 반응이 좋았던 날은 "오늘 무슨 노래 불렀는지, 누구랑 했는지"를 신나서 이야기하세요. 그 시간을 기다리시고, 집에서 연습도 하시고, 많이 불러 익숙해진 곡 말고 새 곡도 준비하시느라 또 연습하시고요.

 

그 모습을 보면 참 좋아요. 예전보다 활력도 있으시고 생기 있어 보이거든요. 익숙한 노래가 기분을 풀어주고, 좋았던 기억까지 함께 데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집에서 쉬는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케이블 트롯 채널을 틀어놓고 엄마가 따라 부르시게 해요. 이런 시간이 평소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좋더라고요. (대화하는 방법은 이 글에 담았어요.)

해보면서 알게 된 것들

서툴게 시작했지만, 1년 사이 저희 나름대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하면 이래요.

  • 억지로는 안 돼요. 안 하던 걸 갑자기 떠안기면 거부감부터 들어요. 그날 컨디션에 맞춰 하기 싫어하시면 다음을 기약해요.
  • 익숙해질 시간을 드리세요. 처음 시큰둥하셨다고 '안 맞는다' 단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센터처럼 반복되는 환경에서 천천히 익숙해지기도 하니까요.
  • 좋아하시던 것부터요. 새로 가르치기보다, 예전에 즐기시던 것(저희 엄마는 노래)에서 시작하면 훨씬 잘 통해요.
  • 결과보다 칭찬이에요. "맞다/틀리다"를 따지면 금방 위축되세요. 결과물을 함께 기뻐해드리는 게 다음을 이어가는 힘이 돼요.

저희 엄마는 낮에 조금이라도 즐겁게 움직인 날은 밤에도 좀 더 편히 주무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낮 활동과 밤잠 이야기는 밤에 안 주무실 때에 적어뒀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인지 활동을 꼭 시켜야 하나요? 의무처럼 여기지 않으셔도 돼요. 억지로 하는 활동은 어르신이 부담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보일 수 있어요. 어르신이 좋아하시고 편안해하는 것부터, 함께 즐기는 정도면 충분해요.

Q. 권해도 흥미 없어하세요. 저희 엄마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센터에서 반복하며 익숙해지니 지금은 집에서도 즐기세요. 한 번 시큰둥했다고 '안 맞는다' 단정하기보다, 예전에 좋아하시던 것부터 천천히 권해보세요.

Q. 활동을 하면 치매가 좋아지나요? 활동이 기분이나 일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병을 낫게 하거나 진행을 멈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치료·약은 의료진과 상의하시고, 활동은 '함께하는 시간'에 무게를 두시면 좋겠어요.


새것 그대로 남은 그 색칠공부 책을 볼 때마다, 조급했던 1년 전의 제가 떠올라요. 그땐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는데, 정작 엄마에게 필요했던 건 익숙해질 시간과 "잘하셨다"는 한마디였더라고요. 요즘은 쉬는 날 무기력하게 누워만 계시지 않고 색칠을 하시고 노래를 부르세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 글은 저희 가족의 돌봄 경험과 공개된 공공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조언이 아니에요. 증상이나 치료에 관한 건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참고한 자료

  • 중앙치매센터: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인지활동, 비약물적 접근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국립정신건강센터: 치매 돌봄, 음악·활동 요법
  • 치매 비약물 요법 관련 국내 연구: 활동·음악의 인지·정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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